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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남녀동수’ 헌법 만든 프랑스, 여성 정치인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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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선출직 남녀동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선출 공직의 남녀동수 참여를 위한 특별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선출직 남녀동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과 ‘선출 공직의 남녀동수 참여를 위한 특별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프랑스는 1990년대 초까지 여성 의원의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해 유럽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마침내 1999년 남녀동수 헌법을 개정을 이끌어냈고, 2000년 ‘모든 선거에서 남녀 후보의 수가 같아야 한다’고 명시한 선거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현재 프랑스 의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39%이다.

프랑스에서 이같은 제도의 변화는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남녀동수 민주주의 개념이 1989년 유럽의회에서 도출됐고, 프랑스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2018년 5월 ‘정치 분야의 남녀 공동 참획의 추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도 동수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여성의 낮은 정치 참여와 함께 올해 미투운동이 법·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선출직 남녀동수 실현을 위한 토론회’는 여성계가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됐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동수민주주의는 1989년 유럽평의회에서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으로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대표성을 주장하는 개념으로 탄생했다. 따라서 여성의 과소 대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로,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정의(injustice)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결함의 징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속에서 정작 여성의 배제라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고, 무성적 존재인 시민의 개념이 정치를 남성화하는 차별주의 패러다임으로 작동하면서 보편주의적 민주주의의 역설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최소 규범으로서 남녀동수가 필요하다”면서 “남녀동수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기구인 대의기구인 의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이자 최소 규범이 돼야 하고 피선거권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해 헌법적 규범인 평등의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김 소장은 헌법 제1조 제3항으로 공직진출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남녀동수 특별법을 제정하고, 남녀동수정치를 촉진할 수 있는 기구의 설립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1995년 프랑스에서 설치된 남녀동수에 관한 기구인 ‘동수감시소’가 동수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동수감시소’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동수와 관련된 정책의 제도적 개선을 시행하기 위해 설치했다. 2013년에는 남녀동등고위위원회로 대체됐다. 3년 임기로 임명된 대표 보고자가 제도 개선 제안 및 정책 조율을 담당하며 3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가와 국제적 차원에서 여성의 지위에 관한 특별한 행동 방침과 통계, 분석, 연구 등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만들고 배포하는 일을 담당한다. 또 정치·경제·사회에서 남녀 간 불평등에 대한 조사, 동수를 방해하는 장애를 확인한다. 의회 입법안이나 정부 행정명령안 등에 관해 의견을 내고, 남녀 간 불평등을 분석하고 해소하고 동수에 이르기 위해 총리에게 개혁이나 권고를 제안한다.

이밖에 김 교수는 프랑스에서 동수민주주의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단체들이 세미나, 언론 등을 통해 동수민주주의의 필요성을 확산시켰다는 점 △당시 유럽이사회의 결의안에 이어 유럽집행위원회가 매뉴얼을 만들고 다시 유럽이사회가 권고하면서 프랑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 △정당의 이익을 넘어선 여성 정치 지도자들의 연대가 동수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면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랑스의 경험은 남녀동수제도 그 자체가 정치 영역에서 역할 분업이 해소됐다고 하기 어렵다”면서 제도 설계 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선출 공직 남녀동수 참여를 위한 특별 법안’을 입법할 경우 정당 활동의 자유와 선출직 공직자 수의 남녀동수라는 기본원칙에서 강제화를 법규화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 구성이 절실하며 그 방법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했다. “2018년 거리에서 여성들이 살았는데, 여성 대표성이라는 건 여성 유권자의 얘기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해야 한다”며 “남녀동수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여성 할당제를 위해 연동형 대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가 다양성, 민주성의 확대 수단이지만 현실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거대양상이 나눠 갖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역구에 있다고 했다. 남성 의원들이 마치 자신의 땅인 것 마냥 사유지처럼 누리면서 (다양한 정치 참여를 위한) 전략 공천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석패율제가 아닌 이중등록제(중복입후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는 “남녀동수의 필요성을 여성계는 찬성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어서 이질적으로 받아들인다”라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부딪혀야 하고,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남성이 너무 많은 게 문제 아닌가라는 의미에서 여성 할당제가 아닌 남성 과대 대표성 때문에 남성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이진옥 대표의 주장이나, 남성이 너무 많은 게 젠더 결손이라는 신경아 교수의 표현처럼 감성적이면서도 속시원한 전략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선·심상정 “함께 정치 바꾸자”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국회와 여성계의 노력이 맞물려야 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종 선거에서 남녀동수를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남녀동수법안(선출 공직의 남녀동수 참여를 위한 특별법안)을 연내 발의한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각종 선거에서 후보자 총수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의무 추천하고, 여성 의무 추천 비율을 위반할 시 해당 선거의 여성추천보조금 배분에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또 당내 경선 시 당선된 경력이 없는 여성 경선 후보자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 의원은 “젠더 이슈야말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마지막 의제가 될 것이라 본다. 정치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그만큼 더 뜨거운 의제로 부각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 변화와 제도의 변화 간 괴리에 있다는 게 심 의원의 지적이다. “정치하면서 늘 느끼지만 시대 변화의 요구보다 제도나 여러 정책들은 뒤쳐진다”면서 “사회적 갈망과 여성들의 요구와 현재 정치권의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그 간극을 좁히는 방법으로 정치가 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여성계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장 빠른 (사회제도)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역시 정치의 변화”라면서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주체로 서고 사회제도를 바꿔서 여러 불평등 불공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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