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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암탉이 울면 세상이 더 좋아진다” 여권 신장에 헌신한 여성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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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이번과 같이 ‘홀애비 국회’를 만들지 않도록 우리 여성이 총궐기해야겠다.”

해방 후 1948년 처음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 18인은 전원 낙선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은 물론 일상에 만연한 시대였다.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독립 후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에 뛰어들었던 박순천(1898~1983) 전 국회의원은 독립촉성애국부인회 전국대회에서 앞처럼 말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는 1950년 제2대 민의원 선거에 대한부인회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 전 의원은 국회에서도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 근로기준법 제정 때는 여성 근로자를 위한 유급 60일 산전ㆍ산후 휴가와 매달 1일의 유급 생리휴가를 제안하고 동료 남성 의원들을 설득해 통과시켰다. ‘남편이 있는 여자’가 간통했을 경우만 처벌하도록 돼 있던 당시 형법 상 간통죄를 ‘배우자가 있는 자’로 수정하게 이끌었다. 축첩이라는 당시 악습을 개혁하려는 의지의 결과였다. 박 전 의원은 국내 최초로 5선을 지낸 여성 국회의원이다. 민주당ㆍ민중당의 대표로 선출된 최초 여성 당수이기도 하다.


박 전 의원의 행적을 왜 학창시절 역사 교과서에서는 접하기 어려웠을까. 박 전 의원 뿐만 아니다. 임영신, 김철안, 박현숙 등의 이름은 애써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이들은 조국의 독립과 전후 재건에 앞장서고 여성운동에까지 헌신했다. 2013년 전ㆍ현직 여성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시킨 한국여성의정이 펴낸 ‘세상을 바꾼 여성 정치인들’ 시리즈는 이들의 업적을 자세히 돌아본다. 제1~8대 여성 국회의원 10인과 제9~14대 22인을 다룬 1, 2권이 동시에 나왔다.

박순천 전 국회의원의 붉은 수의 사진. 그는 1919년 3월 마산에서 만세시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그의 제자들이 마산형무소 사진사로부터 몰래 입수, 간직해두었다가 출옥 후 넘겨준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에게는 학문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던 시절 이들은 8세부터 남장을 하고 한문서당에 가거나(박순천), 학교에 다니게 해 달라며 4일 간 단식하다 쓰러지거나(임영신), 밤 11시부터서야 자신을 위한 공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김철안). 자신을 가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들이 남긴 촌철살인의 어록은 가슴을 울린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에서 상공부 장관을 지낸 임영신(1899~1977)은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최초의 여성 의원이다. 1945년 우리나라 최초 여성정당인 조선여자국민당을 창당한 이도 그다. 그는 상공부 장관 때 “앉아서 오줌을 누는 사람에게 결재를 받을 수 없다”는 남성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 동안 왜놈들과 싸워왔다. 또 나라를 세우기 위해 서서 오줌 누는 사람 이상으로 활동했다. 그런데도 나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기 싫은 사람은 지금 당장 사표를 내라.” 1954년 제3대 국회의 홍일점이었던 김철안(1912~1992)은 상대 후보가 암탉을 운운하지 못하도록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해방의 병아리’를 어떻게 낳았는데, 미ㆍ소 양국의 솔개가 그 병아리를 채 가려고 하는 위험한 상태에서 내가 우는 것이 뭐가 그리 잘못되었단 말이요?”

박순천 전 국회의원의 붉은 수의 사진. 그는 1919년 3월 마산에서 만세시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그의 제자들이 마산형무소 사진사로부터 몰래 입수, 간직해두었다가 출옥 후 넘겨준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순천 전 국회의원의 붉은 수의 사진. 그는 1919년 3월 마산에서 만세시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세상을 바꾼 여성 정치인들 
한국여성의정 엮음ㆍ여성의정 발행 
1권 368쪽ㆍ2권 524쪽ㆍ각권 2만5,000원 

여성에 대한 차별을 교육과 정치, 사회참여를 통해 바꿔보려는 노력이 여전한 지금, 여성 정치 개척자들의 일생은 한 문장 한 문장 와 닿는다. 당시 언론보도와 구술자료 등 여러 사료를 통해 빛나는 업적뿐 아니라 친일 의혹의 어둠 등도 함께 다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출처 :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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